23 January, 2007

첼 노드스트롬 교수 "기술에 감성 넣는 창조적 혁신이 생존해법"

[세계 IT리더에게 듣는다] 첼 노드스트롬 교수 "기술에 감성 넣는 창조적 혁신이 생존해법"
대담 : 비엔나(오스트리아)=조성훈기자

디지털 경제시대 인간성 다양화에 관심 가져야 다른 업종에도 주목 엉뚱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자기만의 사업모델 통해 '단기적 독점' 이뤄야 모방경영은 혁신 흉내내는 '가라오케 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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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IT리더에게 듣는다] 첼 노드스...

-당신이 주창한 펑키 비즈니스란 무엇인가

=펑키는 음악의 한 부류다. 사람이나 물건이 파격적이고 멋질 때 쓰는 말이기도 하다. 비즈니스에도 성공을 위한, 단 하나의 방법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리더십이나 마케팅에서 다양한 방법이 있고 성공을 위해서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엉뚱하지만 혁신적 시도를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펑키비즈니스를 주창했다. 특히 디지털 경제시대로 진입하면서 초래하는 인간성의 다양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펑키 비즈니스의 사례는?

=내가 도움을 주고 있는 영국의 버진 항공사가 좋은 예다. 영국에는 브리티시에어웨이 등 다양한 항공사가 있고 이들의 열악한 서비스, 음식에 실망한 고객들이 있다. 리처드브랜슨은 이를 간파하고 단순한 아이디어를 더했다. 바로 재미와 색이다. 비행기를 원색으로 칠해 친근감을 더했고 휴양을 떠나는 가족에겐 아이들을 위해 기내에서 팝콘을 제공하거나 게임과 이벤트를 벌인다. 이들만을 위한 어퍼클래스(upper class)란 좌석을 만들기도 했다. 비행기뿐 아니라 열차, 모바일, 음반사업에도 이 같은 개념을 적용해 성공했다. 이제는 금융업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BMW는 14년 전만 해도 엔지니어링 회사였다. 지금은 라이프스타일 회사다. BMW에는 차문을 닫는 독특한 소리(그는 `쯔~뿌'라는 소리를 흉내냈다)를 창조하는 데만 18명의 연구원이 참여하고 있다. 또 BMW만의 독특한 냄새와 엔진소리를 만들어내는 데도 비슷한 숫자의 기술진이 일한다. 기술에다 인간을 유혹하는 감성을 결합한 것이다.

이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과감히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BMW가 인수한 미니쿠퍼를 보라. 영국에서 볼품없고,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을 듣던 소형차였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도시전문직을 위한 럭셔리 미니카로 포지셔닝 돼 있다. 미국은 소형차가 잘 팔리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다양한 감성적 요인을 통해 뒤집어놓은 것이다. 결국, 뛰어난 엔지니어링을 갖춘 회사는 많지만 여기에 가치를 더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

노키아는 89년까지만 해도 고무와 종이를 만드는 회사였으나, 90년대 들어 IT 회사로 탈바꿈했다. 영국출신의 유능한 디자이너를 고용, 다양한 색상과 파격적 디자인을 휴대폰에 접목했다. 노키아는 생각이나 감성이 다른 이방인을 받아들여 성공을 일궜다. 구글을 보라. 단순한 검색에서 시작했지만 그림, 사람, 소프트웨어 등으로 검색엔진의 지평을 넓혔다. 정보를 어떻게 조직화하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지 고민한 것이다. 이는 고객들의 요구에 응답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같은 혁신은 정보를 다르게 해석하는 데서 시작된다. 영국의 한 조사에서 혁신적 아이디어로 자수성가한 기업인중 44% 가량은 문맹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게 분명하다. 하지만, 마치 시력이나 청력을 잃으면 다른 능력이 강해지는 것처럼 뇌를 다른 방식으로 활용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두뇌를 다르게 써야한다.

-펑키한 비즈니스로 변모하기 위한 필수요소는 뭔가

=여성성, 개인화(Personal), 단순화(simple), 감성적(Emotional), 색상(colour), 오락화(Entertainment)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디지털시대 성공 기업의 공통점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보라. 남성, 위스키(술), 도박(겜블링)이 결합한 도시다. 하지만, 이는 보통 카지노를 상징할 뿐 라스베이거스는 아니다. 라이스베이거스는 여기에다 위의 성공요인을 결합했다. 사실 일반 카지노에서 도박에 관심없는 여성은 10분도 못버틴다. 라스베이거스는 화려한 쇼, 컬러, 놀이공원, 호텔의 개인 서비스, 성산업 등 다양한 오락거리를 더했다. 라스베이거스 수익의 20%만이 순수 겜블링에서 창출된다.

15년전 독일 호퍼브라운연구소에서 mp3가 개발됐지만 혜택을 본 것은 아이팟이다. 아이팟은 기술과 예술을 결합함으로써 이미지와 라이프패턴을 창조했다. 기술만을 내세운 경쟁자는 속수무책이었다.

기술과 기술간 결합 즉 컨버전스에 주목해야 한다. 컨버전스는 언제 어디서나 어떤 디바이스에도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며 기술은 콘텐츠를 담는 도구로 남는다. 아이팟은 사실 `빈병'에 불과하고 이를 채우는 개인적 콘텐츠가 중요한 것이다. 개인화는 극단화될 것이며 이는 기술업체에 더 많은 고민을 던지고 압력을 가할 것이다.

사람들은 더는 과학을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믿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핵에너지가 안전할 거라 강조했지만 체르노빌 사태가 불거졌고 의사들은 흑사병을 없앴지만 에이즈나 AI 같은 괴질이 발생하고 있다. 과학으로 먹을거리를 통제하는 시대지만 당뇨나 심장병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면서 많은 이들이 비과학적이라 여기던 동양의학에 심취하고, 침을 맞으러 다닌다. 차를 선택할 때도 차의 성능(과학)과 함께 감성적 요인을 따진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파는 것과 고객이 요구하는 것은 다르다. 화장품 회사는 립스틱을 팔지만 사람들은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희망을 산다.

-디지털 사회를 어떻게 규정하나

=현대사회의 특성으로 개인화와 도시화를 꼽을 수 있다. 내가 사는 스톡홀롬은 66%에 달하는 거주자가 싱글이다. 개인화는 전세계적으로 이미 심화돼 있다. 모든 분석의 기준이던 가정이라는 단위가 무너지는 것이다. 소비패턴이나 주택정책, 삶의 방식, 양육 등 모든 부분이 개인화에 영향받는다. 도시화는 어떤가. 세계 인구의 70%가 도시에 산다는 점에서 설명이 무의미하다. 또 다른 추세로 글로벌화를 꼽을 수 있는데 당초 사람들은 맥도날드나 코카콜라가 전세계 모든 곳으로 퍼지는 개념을 생각했지만.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파편화(fragmentation) 또는 집중화가 심해졌다. IT 기업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모이고 금융업체는 뉴욕, 런던에 모인다. 사람들 역시 이같은 집중화에 따라 이동한다. 이를 사회학자들은 자기선택(Self selection)이라 부르는데 디지털 경제의 특징이다.

스페인의 레알마드리드는 자국 선수 외에도 해외에서 좋은 선수를 찾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축구팀으로 꼽히고 있다. 세계 10대 대학의 8개가 미국에 있다. 미국 스텐퍼드 대학이 `노벨상 공장'으로 불리는 것은 훌륭한 인재들에게 문호를 개방했기 때문이다. 이들중 상당수는 비 미국인이다. 이 대학 출신 세르게이 브린(구글 설립자)은 19세에 이민간 러시아 사람이다. 내가 컨설팅을 하는 프랑스 정유사 슬롬버리셰는 40년전부터 100여명의 주요 임원중 90%가 외국인이었다. 잇따른 투자실패로 궁지에 몰린 소니가 결국 영국인 CEO를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소니가 진작부터 개방성을 가졌더라면 오늘날 위기도 없었을 것이다. 디지털사회는 실력 지상사회 즉 메리토크래시(meritocracy)다. 결코 출신을 따지지 않는다. 현 사회는 알고, 배우고, 움직이는 자유가 보장된다.

-디지털 경제에서 생존법은 뭔가?

=자기만의 차별점을 가지고 단기적 독점을 이뤄야 한다. 재밌는 예가 있다. 자연도태(natural selection)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사라진다는 개념이다. 그런데 공작은 어떤가. 날지 못하고 느리고 온순한 이 동물은 멸종 또는 퇴화되었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수컷 공작은 화려한 깃털로 수많은 암컷을 유혹하며 번식기회를 늘리는 `극단적 적응'을 택했다. 생리학적 단점을 매력 즉 감성으로 극복하며 개체수를 늘리는 자기만의 생존법을 터득한 것이다. 경제와 비즈니스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스타벅스, BMW, 아이팟, 라이언항공(저가정책으로 성공한 유럽최대 항공사), 할리데이비슨, 델, 아마존 등 성공기업들은 모두 최고의 적응력과 매력(Sex)을 갖추었다. 반면 변화하는 환경에서 적응하지 못한 GM과 알이탈리아항공 사는 어떤가.

나는 오늘날 자본주의를 가라오케 자본주의(karaoke capitalism)로 규정한다. 가라오케기계 앞에 서면 누구나 가수를 흉내낼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가수는 아니다. 정보화시대에 많은 기업은 가라오케처럼 벤치마킹이나 베스트프렉티스라는 허울좋은 이름으로 모방하지만 이는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따라하는 것이지 진정한 경영혁신이 아니다. 자동차 업계를 보라. 대부분의 차가 성공한 플랫폼과 성공한 차 디자인을 베낀다. 비슷한 차들이 돌아다닌다. 이는 자동차산업의 압박요인이 되고 있다. 서로를 모방하면 가격경쟁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고, 저렴한 생산지를 찾아 옮겨다닐 수밖에 없다.

해법은 전혀 다른 업종의 아이디어를 주목하는 것이다. 제지업체가 영화사를 벤치마킹할 수 있다. 스타벅스가 이탈리아 커피숍과 맥도날드의 패스트푸드를 접목해 성공하지 않았나. 창조적 혁신은 기업의 활로를 트고 국가경제에도 기여한다. 여기서 기업의 규모는 중요치 않다. 성공신화를 이룩한 기업들은 모두 어렵게 시작했다. 관건은 할 수 있다(can-do)는 의지다. 그리고 실패도 소중한 자산이 된다. 한국의 중소기업들도 이같은 혁신정신을 내재화하면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

비엔나(오스트리아)=조성훈기자 hoo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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